지난 17일 전국 일선 관공서의 민원처리 시스템 '새올'과 디지털 민원 처리 시스템 '정부24'까지 전면 마비된 사태를 두고 백업 시스템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행정안전부는 이번 지방자치단체 업무망인 '새올' 및 디지털 민원처리 시스템 '정부24' 등 전국의 온·오프라인 행정망 시스템이 먹통이 된 이유가 GPKI(정부 공개 키 인프라) 인증 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L4스위치)에서의 이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8일 새벽에 이를 교체하고 안정화 작업을 거쳐 서비스를 정상 재개하게 됐다고 했다.GPKI란 정부에서 쓰이는 '공동인증서'와 비슷한 개념의 인증 시스템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이를 운용하는 사람, 운용하는 원칙 등이 모두 아우러져서 GPKI 인증 시스템을 구성한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문제가 된 L4스위치 등에 대해 "네트워크를 통해서 주고 받는 정보들을 어디로 보낼 지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며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중화해서 운영을 하고 있는데 당일에는 동일한, 이중화돼 있는 2개의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켜서 결국 (시스템 전반의)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또 장애가 발생한 장비의 노후화 의혹에 대해서는 "노후화된 장비가 아니다"라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수십 대의 동일한 장비를 운영 중이고 다른 데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단일 회사가 만든 다른 기종의 제품을 백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대로 된 백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 그대로 백업(Back-up)이란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보조 시스템을 통해 시스템 전체에 오류가 확산되지 않고 시스템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 때의 백업은 장비 노후화 등으로 인한 '물리적 오류'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문제를 일컫는 '논리적 오류'까지 모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A교수는 "장비 노후화 등으로 인한 오류라면 곧바로 대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 장비가 데이터를 잘못된 곳으로 보내는 등 논리적 오류로 장비에 고장이 발생했다면 '같은 회사가 만든 유사 기종'의 백업 장비에서도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